오라클, 구글과의 자바 소송에 승소 - 스마트폰 전쟁을 돌아보며


 이미 몇년 전에 사실상 끝난 스마트폰 전쟁에 뒤늦은 소식이 나왔습니다. 안드로이드 초기부터 불거졌던 오라클과의 자바 저작권 소송이 결국 오라클의 승리로 끝나면서 법원은 구글에 90억 달러의 배상금 지급을 명했습니다.

 자바 저작권 소송의 본질은 API를 카피해 이용하는 것이 '공정이용'이냐 저작권 침해냐 였습니다. 단순 소스코드의 카피가 아니라 API의 카피는 생각보다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법정까지 잘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유순하던 썬이 아니라 오라클이고, 안드로이드라는 먹음직스런 파이를 키워나가는 구글을 상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재판 결과야 결국 오라클의 승리였지만, 스마트폰 전쟁 전체로 본다면 당초 큰 변수가 될 것처럼 보였던 소송은 결국 돈문제 외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결말에 도달했습니다. 이미 전쟁은 한참 전에 끝나버렸으니까요.

 자바 소송이 등장할 때는 아직 안드로이드 초기였으며, 안드로이드와 iOS 외에도 여러 스마트폰 플랫폼이 연이어 나타나던 시기였습니다. 일단 시장선점을 한 안드로이드였지만 소프트웨어 환경의 대대적인 수정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들이 있었죠. 자바 소송에 대해서는 저도 예전에 두어개 정도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그때처럼 하루하루 뉴스를 취급하지는 않지만요.

 구글로써는 자바 소송은 충분히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접고 들어가는 부분이었고, 결국 구글의 도박이 승리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프로그래밍 언어에 하드웨어 설계, 무인차 개발까지 온갖 걸 다 할 수 있는 구글이지만, 앤디 루빈의 '안드로이드 사'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구글은 그냥 검색과 웹의 거두였을 따름입니다. 스마트폰 플랫폼을 백지부터 인하우스로 개발하는 건 당시 시장 상황을 볼 때 너무 느리고 나이브한 생각이었죠. 심하면 5년 정도는 더 늦어졌을 겁니다.

 앤디 루빈의 안드로이드는 당시 스마트폰의 선두주자였던 블랙베리를 본딴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내적으로 허술하게나마 리눅스 기반의 커널과 자바 기반의 개발환경을 구성해놓고 있었습니다. 구글 입장에선 안드로이드와 자바라는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고, 이미 어느정도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스케쥴을 대폭 단축시켜줄 방법이었습니다. 블랙베리 카피였던 원조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손에 들어온 뒤 아이폰의 등장에 영향을 받아 빠르게 아이폰 스타일의 터치 중심 UX로 전환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초기 안드로이드의 UX는 결코 훌륭하다고 할 순 없는 것이었죠.

 하지만 구글이 이럼으로써 번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참으로 시의적절했던 것이, 당시 AT&T 독점으로 나온 아이폰이 1세대의 미적지근한 실적 이후 개선을 통해 점점 강력해져 가면서, 제조사와 통신사가 모두 아이폰 대항마를 원했던 것입니다. 미국에선 그게 모토롤라/버라이즌/안드로이드의 연합으로 '드로이드'로 발화되었고, 한국에선 삼성/SK/안드로이드가 갤럭시S가 되었죠. 통신사와 제조사 카르텔이 원하던 것은 "지금 당장 아이폰과 비슷한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초기 안드로이드가 당시 아이폰에 한참 못 미치는 퀄리티였다고 하더라도, 가장 근접한 것이었습니다.

 구글의 방법은 먼저 시장진입을 하고, 개선은 이후에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파편화 이슈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는 빠른 버전업으로 결점들을 채워갔고, 아이폰에는 없는 장점들도 점점 가지게 됐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방법론은 80~90년대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MS가 택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MS는 OS를 직접 개발하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시애틀 컴퓨터에서 MS-DOS의 오리지널 코드를 사들임으로써 빠르게 IBM에 납품했죠. 그리고 이미 시장에 자리잡고 있던 앱과 개발툴을 융합하여 점점 강력하게 만들어 갔습니다. 결국 IBM의 OS/2도, 애플의 맥OS도 경쟁에서 패배했죠. 저작권이나 독과점 관련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MS가 배상금을 토해내도록 판결이 나올 즈음엔 경쟁자들은 이미 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처럼 말이죠.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이폰의 대안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던 건 MS였습니다. 블랙베리나 아이폰에 비할 바가 못 되는 UX였다곤 해도, MS는 구글과 달리 수십년 동안 OS를 만들고 개발환경을 구축해 왔습니다. 안드로이드가 했던 것처럼 아이폰 스킨을 입혀서 수박 겉핥기라도 유사한 체험을 제공하는 건 MS에겐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윈도우 1.0도 처음엔 그저 도스의 그래픽 쉘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옴니아 등이 아이폰 앞에 치욕을 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MS는 통신사와 제조사와 조금 더 오래된 파트너였습니다. MS가 덜 익었더라도 재빨리 대안을 던져주었다면 MS에게 기울었겠죠.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인수 후 전광석화처럼 움직인 반면 MS는 뒤늦게 애플병(?)이라도 걸린 건지 갈아엎기와 마감에 집중했고 그 결과 예쁘긴 하지만 뒤떨어지는 기능에 너무 늦게 나오게 됐습니다. 재미있게도 제한적인 하드웨어에서 더 고품질을 추구한다면서 시간을 잡아먹고 비용을 증가시킨 IBM의 OS/2와 비슷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하지만 OS/2와 마찬가지로 윈도우폰 역시 시간을 들인데 비해 첫 결과물이 훌륭하지 못 했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즈음엔 경쟁자들은 이미 더 멀리 나간 뒤였습니다.

 어쨌든 윈도우폰은 이미 2,3년 전에 백기선언 없는 조용한 항복을 한 참이고, 스마트폰 전쟁은 실질적으론 그보다도 2년은 더 전에 끝난 거나 다름 없었습니다. 다른 경쟁자들이야 애초에 가능성이 전혀 없었고 말이죠. 아이폰이 90년대 맥 수준으로 도태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안드로이드가 망할 가능성은 없어졌습니다. 90억 달러 정도야 던져주고, 생태계를 수정할 시간과 돈이야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젠 위협이 전무하니까요. 과거 MS가 그랬듯, 일단 이기는 게 먼저라는 실리콘밸리의 마키아벨리즘을 다시 확인했을 뿐입니다. 아, 90억 달러가 어느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오신다면, MS가 스카이프 인수할 때 쓴 돈이 85억 달러였습니다. 세계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차지하는 댓가로는 별 것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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