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

부재중 전화
4개월 전 쯤부터 시작되었다. 그 중국집 사장이 일주일에 두 세번씩 꾸준히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전화를 계속해서 받지 않았다. 지난 주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만약 내가 그 단 한번의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부자연스러운 일방적인 송신과 수신거절이 왜 4개월이나 지속됐는지를. 통화에서 그는 내게 너무나 아득하고 비현실적인 말을 했다. 지금 그 이야길 하려고 한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그 중국집 사장을 알지 못한다. 나와 친분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또한 그 사람은 내게 전화를 걸 이유가-내가 아는 한- 전혀 없다. 나는 중국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니다. 혼자서 음식 한가지만 배달주문해서 먹는 것도 너무나 수고스러운 느낌이고, 도대체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운 대단한 인테리어 일색인 매장 내에서 식사하는 일은 하물며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리고 설령 음식주문에 대한 통화였다면 통상 대표번호로 송수신이 이루어져야 할텐데 중국집 사장은 개인 휴대전화로 내게 전화를 걸고 있다.

내가 그의 전화를 받기도 전에 그가 중국집 사장인 것을 안 연유는 간단하다.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실때, 사후 얼마 후 아버지에게 채무가 있으니 해결을 요청한 지인이 있었다. 그는 증거가 되지 않는 서류를 가져와 나를 설득했다. 아버지의 부동산 사무실을 개소할 때 자금이 여의치 않은 아버지를 대신해 그가 보증금을 은행대출로 대납해주었고, 그 이자를 아버지가 내기로 약정하여 몇년간 그렇게 이어져오다가 사무실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 이후 기간 -정확히 4년- 동안의 은행이자를 본인이 고스란히 대납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부친이 이자를 내는 기간에는 본인이 직접 은행에 이자를 납부하고 영수증도 발급받아 보관하고 있었고, 지인의 주장대로 자신이 납부한 기간동안엔 아버지의 계좌에 거래내역이 없었다. 물론 현금이 오갔을 수도 있고, 타행계좌로 지불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그 기간동안 아버지의 수입은 0에 가까웠으며, 아버지는 은행보다는 농협을 주로 이용했기에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다만 그가 하는 모든 주장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실도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요구한 이자금 총액의 절반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했고, 그는 담배 두대를 태운 뒤 받아들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송금했고 그는 확인서를 작성해주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나는 아버지의 소소한 모임회비 (여름에 여행을 가기 위해 동료들끼리 돈을 모으던 아버지의 계좌라거나 체육회 기본경비 계좌 등) 등을 정산하기 위해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매번 아버지의 사망사실을 알리거나 위로의 말을 전해들었어야 하고, 실무적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들고 은행을 오가야했다. 주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해지를 하는 날까지도 전화가 여러통이 왔기에 나는 아버지의 1200개에 달하는 전화번호를 통채로 내 휴대전화에 집어넣었다. 중국집 사장의 번호가 그 중에 있었다. 

이렇게 나는 매주 걸려오는 중국집 사장의 전화가 중국집 사장의 전화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번호가 아닌 나의 번호로 그가 어떻게 전화를 했는지 그 이유는 요원하나 문제는 왜 그가 전화를 걸어오는지 였다. 그 이유가 궁금한 것보단 그와 통화를 하면 무슨 이야길 하는지에 대한 귀찮음이 더 컸으므로 나는 전화를 계속해서 받지 않았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지난 주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나는 이미 수십번 전화를 거절한 어느 오후 그의 전화를 갑자기 받는다.

"여보세요?"
"아 네."
"왜 자꾸 전화를 하세요?"
"아... 부재중 전화가 들어왔어서요. 전화 거신 분 안계세요?"
"전화 안했습니다."
"아 네."

그는 부재중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을 했다. 나는 그럴리 없지만 송신기록을 살펴봤다. 물론 나는 전화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불현듯 어깨와 목이 서늘했다. 걸려온 전화가 무엇이든 몇번을 다시 걸어보고는 받지 않으면 넘어가게 마련인게 부재중 전화이다. 혹 번호를 착각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번호로 몇 개월을 전화 걸어본다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다른 전화번호를 가진 누군가의 코드와 나의 코드가 겹치거나 혼선되었다는 생각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나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을 가지고 그렇게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또 발생했다. 나는 그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그의 번호를 수신차단하였다. 그런데 혹시나 살펴 본 수신차단 목록의 차단기록에 그가 또 여러차례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내가 전화하지 않았다고 말을 하였음에도 그는 다시 내 번호로 전화를 한 것이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전혀 종잡을 수가 없이 하루가 거의 다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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